Skip to content
cfd-lab:~/ko/posts/2026-06-11-boiling-curve…online
NOTE #071DAY THU 유체역학DATE 2026.06.11READ 5 min readWORDS 2,442#유동현상#Boiling-Curve#Critical-Heat-Flux#Leidenfrost#Heat-Transfer

더 뜨겁게 달궜더니 오히려 식었다 — 비등 곡선과 임계 열유속

끓는점을 넘어 더 가열하면 열전달이 무너지는 비등 곡선의 역설

1934년, 도쿄에서 누키야마 시로(Shiro Nukiyama)는 물속에 담근 니크롬선에 전류를 흘리며 끓는 물을 관찰하고 있었다. 전류를 조금씩 높이자 거품이 점점 격렬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전선이 갑자기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녹아 끊어졌다. 그는 거품이 가장 활발한 구간과 전선이 녹는 구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끝내 직접 볼 수 없었다. 이 글은 그가 놓친 그 구간 — 더 가열할수록 오히려 열이 덜 빠져나가는 비등 곡선(boiling curve)의 역설을 따라간다. 임계 열유속이 왜 절벽처럼 존재하는지, 라이덴프로스트 물방울이 왜 팬 위에서 춤추는지를 끝의 Python 계산까지 이어 본다.

비등 곡선 — 한 장의 그래프에 담긴 네 영역#

비등은 고체–액체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증발이다. 벽면 열유속은 단순한 형태로 쓴다.

q=h(TsTsat)=hΔTeq'' = h\,(T_s - T_{sat}) = h\,\Delta T_e

TsT_s는 벽면 온도, TsatT_{sat}는 포화 온도(물은 1기압에서 100°C), ΔTe\Delta T_e는 그 차이인 과열도(excess temperature)다. hh는 대류 열전달 계수다.

직관적으로는 ΔTe\Delta T_e를 키울수록 qq''가 단조 증가할 것 같다. 실제 비등 곡선은 그렇지 않다. 가로축 ΔTe\Delta T_e, 세로축 qq''를 로그–로그로 그리면 네 영역이 차례로 나타난다.

  • 자유 대류(ΔTe5\Delta T_e \lesssim 5°C): 거품이 거의 없다. 부력이 만든 자연 대류가 열을 옮긴다.
  • 핵 비등(5ΔTe305 \lesssim \Delta T_e \lesssim 30°C): 거품이 핵생성점에서 솟아오른다. qq''가 가장 가파르게 오른다.
  • 천이 비등(30ΔTe12030 \lesssim \Delta T_e \lesssim 120°C): 증기막이 부분적으로 벽을 덮기 시작한다. qq''떨어진다.
  • 막비등(ΔTe120\Delta T_e \gtrsim 120°C): 연속된 증기막이 벽을 완전히 덮는다. 복사가 더해지며 qq''가 다시 오른다.

아래 시뮬레이션에서 직접 조작해보자.

Regime
Nucleate boiling
ΔTe
20 °C
q″
0.37 MW/m²
h = q″/ΔTe
18.7 kW/m²K

상단 버튼을 'Heat-flux control'로 바꾸고 열유속을 임계점 위로 밀어보자. 작동점이 핵 비등 가지에서 막비등 가지로 건너뛴다. 이것이 누키야마의 전선을 녹인 burnout이다.

핵 비등 — 거품이 열을 퍼올린다#

핵 비등이 그토록 효율적인 이유는 거품 그 자체보다 거품이 일으키는 교반(agitation)에 있다. 거품이 벽에서 떨어져 나가면 그 자리로 차가운 액체가 빨려든다. 이 미세한 펌프질이 벽 근처의 액체를 끊임없이 갈아낸다.

Rohsenow는 이 영역의 열유속을 무차원 상관식으로 정리했다.

qs=μlhfgg(ρlρv)σ(cp,lΔTeCs,fhfgPrln)3q''_s = \mu_l\, h_{fg}\sqrt{\frac{g(\rho_l - \rho_v)}{\sigma}} \left(\frac{c_{p,l}\,\Delta T_e}{C_{s,f}\,h_{fg}\,Pr_l^{\,n}}\right)^3

μl\mu_l은 액체 점성, hfgh_{fg}는 증발 잠열, ρl,ρv\rho_l,\rho_v는 액체·증기 밀도, σ\sigma는 표면장력, cp,lc_{p,l}은 액체 비열, PrlPr_l은 액체 Prandtl 수다. Cs,fC_{s,f}는 표면–액체 조합에 따른 실험 상수(물–백금은 0.013)다.

핵심은 qsΔTe3q''_s \propto \Delta T_e^3라는 점이다. 과열도를 조금만 올려도 열유속이 세제곱으로 치솟는다. 그래서 핵 비등은 좁은 온도 폭에서 막대한 열을 빼낸다. 원자로 노심, CPU 수랭, 보일러가 모두 이 영역을 노린다.

임계 열유속 — Zuber가 예측한 절벽#

세제곱 상승은 영원하지 않다. 거품이 너무 빽빽해지면 서로 합쳐져 벽을 덮기 시작한다. 액체가 벽에 닿을 길이 막힌다. 바로 그 직전, qq''가 최댓값을 찍는다. 이것이 임계 열유속(critical heat flux, CHF)이다. 물은 1기압에서 1 MW/m²를 넘는다.

Zuber는 증기 기둥이 불안정해지는 조건(Kelvin–Helmholtz 불안정)에서 CHF를 유도했다.

qmax0.149hfgρv[σg(ρlρv)ρv2]1/4q''_{max} \approx 0.149\, h_{fg}\, \rho_v \left[\frac{\sigma\, g\,(\rho_l - \rho_v)}{\rho_v^2}\right]^{1/4}

기호는 앞과 같고, ρv\rho_v는 증기 밀도다. 놀라운 점은 이 식에 벽 온도도, 표면 재질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CHF는 유체의 물성만으로 정해진다.

CHF는 양날의 칼이다. 열을 빼내는 능력의 상한이면서, 넘는 순간 재앙이다. 열유속을 제어하는 장치(전기 가열, 핵연료)에서 CHF를 넘으면 작동점이 핵 비등에서 막비등으로 튀어 오른다. 같은 열유속을 막비등으로 버티려면 벽 온도가 수백 도 치솟아야 한다. 금속은 그 전에 녹는다. 누키야마가 본 것이 정확히 이 점프였다.

막비등과 라이덴프로스트#

천이 비등의 끝, qq''가 다시 최솟값을 찍는 점을 라이덴프로스트 점(Leidenfrost point)이라 부른다. 이 너머에서는 연속된 증기막이 벽을 완전히 덮는다. 액체는 벽에 닿지 못한다. 열은 증기를 가로지르는 전도와 복사로만 전달된다. 증기의 열전도도는 액체보다 한참 낮으니 열전달은 형편없다.

뜨거운 팬에 물을 한 방울 떨어뜨려 본 적 있다면 이미 막비등을 봤다. 적당히 뜨거운 팬에서는 물방울이 치직 끓으며 금세 사라진다. 그런데 아주 뜨거운 팬에서는 물방울이 구슬처럼 뭉쳐 팬 위를 미끄러지며 한참을 버틴다. 자기가 만든 증기막 위에 떠 있기 때문이다.

아래 시뮬레이션에서 직접 조작해보자.

Push Ts past ~200 °C and the droplet lifts onto its own vapor film — the Leidenfrost effect. Counterintuitively it now lives far longer than at 130 °C.

표면 온도를 130°C 근처에 두면 물방울이 거품을 뿜으며 빠르게 증발한다. 200°C를 넘기면 물방울이 증기막 위로 떠올라 미끄러진다. 더 뜨거운데도 오히려 더 오래 산다 — 이 비단조성이 라이덴프로스트의 역설이다.

막비등 열유속은 수평 실린더 기준 다음 형태를 따른다.

NuD=C[g(ρlρv)hfgD3νvkv(TsTsat)]1/4\overline{Nu}_D = C\left[\frac{g(\rho_l-\rho_v)\,h'_{fg}\,D^3}{\nu_v\, k_v\,(T_s - T_{sat})}\right]^{1/4}

DD는 실린더 지름, νv,kv\nu_v, k_v는 증기의 동점성·열전도도, CC는 형상 상수(수평 실린더 0.62, 구 0.67)다. hfg=hfg+0.8cp,v(TsTsat)h'_{fg} = h_{fg} + 0.8\,c_{p,v}(T_s - T_{sat})는 증기 과열을 보정한 잠열이다.

Python — 비등 곡선을 직접 그리다#

물 1기압 물성으로 Rohsenow 핵 비등과 Zuber CHF를 계산해보자. 두 식이 어디서 만나고 어디서 갈라지는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import numpy as np
 
# 물, 1기압 포화 물성
g    = 9.81       # m/s^2
rho_l = 957.9     # kg/m^3
rho_v = 0.5956
h_fg  = 2257e3    # J/kg
sigma = 0.0589    # N/m
mu_l  = 279e-6    # N.s/m^2
cp_l  = 4217.0    # J/kg.K
Pr_l  = 1.76
Csf, n = 0.013, 1.0   # 물-백금
 
def rohsenow_nucleate_flux(dTe):
    """Rohsenow 핵 비등 열유속 q'' (W/m^2)."""
    bracket = np.sqrt(g * (rho_l - rho_v) / sigma)
    ja = cp_l * dTe / (Csf * h_fg * Pr_l**n)
    return mu_l * h_fg * bracket * ja**3
 
def zuber_critical_heat_flux():
    """Zuber 임계 열유속 (W/m^2)."""
    return 0.149 * h_fg * rho_v * (
        sigma * g * (rho_l - rho_v) / rho_v**2) ** 0.25
 
chf = zuber_critical_heat_flux()
print(f"CHF (Zuber)      = {chf/1e6:.3f} MW/m^2")
 
# 핵 비등 곡선을 스캔하며 CHF에 도달하는 과열도를 찾는다
for dTe in [5, 10, 20, 30, 40]:
    q = rohsenow_nucleate_flux(dTe)
    flag = "  <-- CHF 초과 (Rohsenow 무효)" if q > chf else ""
    print(f"dTe={dTe:3d} C : q''={q/1e6:6.3f} MW/m^2{flag}")

실행 결과는 다음과 같다.

CHF (Zuber)      = 1.259 MW/m^2
dTe=  5 C : q''= 0.017 MW/m^2
dTe= 10 C : q''= 0.137 MW/m^2
dTe= 20 C : q''= 1.094 MW/m^2
dTe= 30 C : q''= 3.692 MW/m^2  <-- CHF 초과 (Rohsenow 무효)

Rohsenow 식은 ΔTe30\Delta T_e \approx 30°C 부근에서 이미 CHF를 넘어선다. 이는 식이 틀려서가 아니라 적용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곡선은 CHF에서 꺾여 내려간다. 핵 비등 상관식은 그 꺾임 전까지만 유효하다. 두 식을 함께 쓸 때는 CHF가 천장이라는 점을 항상 강제해야 한다.

무차원수의 언어 — Jakob와 Bond#

비등을 지배하는 무차원수 두 개를 짚고 넘어가자. 첫째는 Jakob 수다.

Ja=cp,lΔTehfgJa = \frac{c_{p,l}\,\Delta T_e}{h_{fg}}

이는 액체가 흡수하는 현열과 잠열의 비다. JaJa가 작다는 건 잠열이 현열을 압도한다는 뜻이다. 물은 잠열이 워낙 커서 비등 상황에서 JaJa가 작다. Rohsenow 식의 괄호 안 항이 바로 JaJa다.

둘째는 Bond 수다.

Bo=g(ρlρv)L2σBo = \frac{g(\rho_l - \rho_v)\,L^2}{\sigma}

부력과 표면장력의 비다. 거품의 특성 크기 LL은 이 둘의 균형에서 나온다. 거품 지름은 Dbσ/[g(ρlρv)]D_b \propto \sqrt{\sigma / [g(\rho_l-\rho_v)]}로 정해진다. CHF 식의 네제곱근 안에 표면장력과 밀도차가 들어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품의 크기와 이탈 빈도가 결국 열유속의 상한을 결정하는 것이다.

핵심 3줄 요약#

  • 비등 곡선은 단조 증가하지 않는다. 과열도를 키워도 천이 비등 구간에서 열유속이 떨어지고, 임계 열유속(CHF)이라는 절벽이 존재한다.
  • CHF를 넘으면 작동점이 막비등으로 튀어 벽 온도가 수백 도 치솟는다. 누키야마의 전선이 녹은 이유다.
  • 라이덴프로스트 효과는 같은 비단조성의 일상판이다. 더 뜨거운 팬 위에서 물방울이 증기막에 떠 더 오래 버틴다.

도움이 됐다면 공유해주세요.